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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줄 쓸 만한 꺼리도 찾아지지 않고 따분하게 하품만 나오는 무미건조한 카페가 있는가 하면, 공간을 한 번만 빙 둘러봐도 공책 한바닥은 금방 채울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도 있다.
(카페의 가치 있는 문화 요소는 단지 인테리어가 특이하거나 소품이 잔뜩인 곳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모처의 이 카페는 후자에 속한다.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는 이 카페는 마당을 하늘이 보이는 실내처럼 활용하기 위해서 투명 재질을 지붕으로 덮어 공간의 정서적 넓이적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지붕 물청소 모습을 몇 번 봤는데 '마당에 앉은 고객들이 언제라도 하늘을 맑게 올려다 볼 수 있게 하려고 자주 청소하는구나'의 인상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커피 추출 뿐만 아니라 벽에 회칠 작업을 하고 합판에 그림도 그리는, 이 카페의 어느 멀티플레이어 직원이 이번에는 높은 투명 지붕에 올라가 청소하고 있는 고난도 활약상을 목격했다.








이 장면에 어느 소설 제목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이 직원이 여기서 저런 일도 하는구나'까지만 생각했는데,
맞은 편에 앉아 에소잔을 홀짝거리며 청소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지인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저 투명한 판이 아크릴이면 무게를 지탱하는 임계점이 넘으면 먼저 그냥 금이 가겠지만, 저게 강화유리라면 금 가는게 아니라 산산조각 나면서 사람이 밑으로 쑥 빠질지도 모르거든." 이러는 거다.

지인의 걱정 어린 견해에 든 생각은, 저 직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중력 지분은 작년 여름에 비해서 많이 적어졌기 때문에 지붕에 행사할 수 있는 힘도 그만큼 약해진 상황이니까 그 임계점 걱정은 전혀 안해도 된다는 것.
 
주문 받고 서빙 하는 모습 속에서 [군대식으로 다소 각져 보이는 듯 공고하고 다부진 직립 자세와 미니멀한 표정]을 특징할 수 있는 이 직원.

몇 번 본 건 아니지만 내가 만약 카페 문을 열게 된다면 이런 끕의 냥반을 영입해서 카페를 맡겨 일궈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내가 겪은 한) 자발적인 자세로 일 잘하고 접객 마인드도 출중한 고급인력이다.

최근 목격한 이 직원의 응대 사례,
내가 앉은 벽보기 자리 맞은 편 창가 2인 자리에 여성 2명이 와서 착석했다. 그런데 이들은 가방만 들고 있는게 아니라 쇼핑백과 다른 뭐를 한 두개씩 들고 있었는데 이 소지품을 어디에 둬야 하나 망설이는 찰라였다. 2인용으로 세팅해 놓은 옆 자리의 의자를 끌어다 가방을 놓으면 카페 측에 밉보일 수 있으니 그럴 시도는 못하는 심정이다.

그런데 이 직원이 쪼르르 들어오더니 벽보기 자리의 의자를 끌어다 그들에게 주면서 "가방은 여기에 놓으세요~"
다른 카페에서는 겪지 못할 수준의 촘촘한 배려에 쫌 놀랐는지 그들은 보통보다 높은 톤으로 고마운 반응을 보였다.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내실에 자리 잡고 앉는 몇 초 동안 고객의 상황을 파악한 이 직원은 고객들이 가방 두기를 난감해 할 것을 예측하고 얼른 들어 와서 편의 조치(?)의 응대를 제공한 것.

그냥 메뉴판 보여 주고 매뉴얼에 따라 커피 내려 갖다주는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카페라는 상업 서비스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고객에게 시의 적절하게 응대하는 대처 능력은 매뉴얼과 교육으로 할 수 있는 영역 너머의, 개인의 타고난 통찰력과 감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카페와 무관한 이야기로 글 마무리.
길게 보면 내 사업에 결정적 이득이 되는 인재인데 잠재된 능력은 전혀 못 보고, 당장 지출되는 임금 중심으로 판단해서 사람을 싸게만 쓰려고 머리 굴리거나, 명절이나 휴가 때 되면 돈 몇 푼 아까워 발발 떨며 오너 마음씀씀이 못하는 쪼잔 작렬로 쓸만한 직원을 곁에 못 잡아 두고 나가게 하는 지인들과 제보사례가 주변에 7명 있다. 거 참 빙신들.


Posted by 맛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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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골 2012.05.15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지 않은곳보다 그런곳들이... 아마 더 많겠죠.
    그걸 손님들께서 알아주시고 그만큼의 지출을 해주시는 손님들께서 많다면 서로 좋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2. 카르니안 2012.05.15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비스 관련 책에서 나온 서비스인의 필수 요소하나는 관찰력이었죠. 많은 서비스인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것만 하고 그 외의 것들은 등한시 하는 경향이 강하지요. 이유중의 하나는 그 서비스인 자체가 주어진 것에만 신경쓰는 것때문이지만, 상당부분 책임은 오너가 직원의 교육을 메뉴얼식으로 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 직원은 엄청 나네요 위험수당이라도 따로 받아야 되는거 아닌가 할 정도로 ㅎ 개인적으로 위가 뚫린 집또는 매장을 동경하곤 했는데 청소라는 변수가 있는 걸 안 순간 별 메리트를 못느끼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울기를 잘못해도 빗물이 고이거나 지저분한 상황이 생겨서 관리비용 뿐만 아니라 미관상도 좋은 것보다 안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더군요. 포스팅 잘 봤습니다~~

  3. 삼순 2012.05.15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니멀한 표정이라면..대략 어떤?

    • BlogIcon 맛볼(달따냥) 2012.05.20 2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표정 묘사, 그게 참.....
      지극히 저만의 인상이고 느낌이라서 자세히 묘사를 해도 다른 분들이 그 직원님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글만 읽어서는 전혀 소용닿지 않는 부분이라서요^^;
      참 애매해서 설명 못드리는 점 죄송합니다.

  4. 커피학개론 2012.05.17 0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늘에 비치는 탁도로 봐서는 아크릴일겁니다
    저거 안휘는거 보면 고뤠뚱땡이 올라가도 지탱될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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