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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볼 음료/커피

[청담동 카페]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같은 곳, 더치커피가 맛있는 더치스 카페

by 맛볼 2013. 2. 18.

더치커피 맛있는 카페 - 더치스 카페 / 청담동 카페 - 더치스 카페 / 압구정동 더치커피 핸드드립 더치스 청담동 카페
청담역 더치커피 맛있는 곳,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핸드드립 커피 : 더치커피 맛있는 곳 <더치스 카페>




오랜만에 들른 청담동.
SSG 푸드마켓도 가보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화려하게 장식된 명품거리도 걸으며 한껏 청담동 분위기에 취해 보았다.

간 김에 찾아간 더치스 카페.
생각보다는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둑 컴컴하고 번화가가 아닌 건물 뒷 편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사실 제대로 찾아가는 게 맞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곳에 맛있는 커피집이 있으려나.. 해봐야 동네 커피집 수준밖에 안나올 것 같은 골목 분위기인데.....'
의심쩍은 생각을 하며 걷다가 발견.



사실 생각보다 굉장히 작았다. 사장님께서 혼자 운영을 하시는 듯 했다.
그래서 앞선 손님들의 빈 그릇이 아직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서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무래도 혼자 하시기엔 일손이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딱히 위생상태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는, 들어갔을 때 첫인상이 테이블에 빈그릇이 오래 방치되어 있는 듯한 제때에 정돈되지 않는 모습은 좋지 않다.

보통 편안한 마음에 카페를 오면, 특히 여자들은, 소파를 찾기 마련인데 소파 자리 전멸.



어쨌든 금방 치워주시고 아이스로 먹어야 사실 제일 맛나다는 더치스 아이스 더치커피를 시켰다.

원래는 디저트류도 같이 겸비할 예정이었지만 디저트는 디스플레이 되어 있지 않아 디저트는 없나 했다.
앉아서 보니 디저트 메뉴판이 있었다.
사진들로 되어 있긴 하나 디저트는 디스플레이에 있어야 제 노릇을 한다.
‘날 먹어달라, 커피랑 안성맞춤이다…’ 라고 애원하는.
글쎄... 아무리 커피에 일가견 있고 커피를 가장 중심으로 하는 사장님이라 해도 '손님들은 많은 경우 커피와 함께하는 달다구리가 있을 때 더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조금 생각해주셨으면.
사실 먹지 않더라도 디저트류는 보는 것만으로도 그만한 행복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에.

추가적으로 짐작을 덧붙이자면 그나마 보이는 곳에 배치되어 있던 쿠키류를 보았을 때 '앗 이것은 대형마트 코X트코의 쿠키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나를 슬프게 했다. 그래서 달다구리 매니아인 나는 커피만 시켰다.



앉아서 천천히 분위기를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오밀 조밀 다양한 장식품들이 있었지만 조금 조잡하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공간 디자인의) 정확한 콘셉트가 무엇인지 잡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더치스 커피라는 네이밍이라면 뭔가 정성스럽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여야 할 것 같은데 테이블위에 흔적을 남기고 가라고 둔 것 같은 공책과 필기구들은 모닝글로리의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함 공책과 펜 수준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나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브랜드가 모닝글로리라서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게 아니라 감각 있는 디자인의 공책이 아니라는 뜻. 카페에 비치하는 공책 하나도 그곳이 지닌 콘텐츠이니까)

또 자리 배치 궁리를 잘 해서 냉장고가 안보였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일단 냉장고의 존재 자체가 고급스러운 유럽풍을 살리려고 애쓴 그 분위기를 망가뜨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실 떄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다 보인다. 게다가 냉장고 속 (당시) 광경은 그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이미지에서 또 한 번 낙하한다.

앗! 그리고 건물 구조상 이건 어쩔 수 없을 수도 있지만 화장실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냄새나고 아주 옛날 화장실을 연상시키는 그런...화장실이 카페 밖 건물의 공용화장실.
화장실 문 여는 순간 그냥 문 닫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건물 공용이라서 카페측이 주인의식을 갖고 각별히 청소하기는 억울하거나 직접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고객들을 생각해서 여러모로 화장실의 섬세한 디테일에 신경을 좀 더 써주셨다면 좋겠다.



공책과 같이 배치되어 있는 것은 더치스 카페가 취재된 잡지들이었다.
그 잡지들을 읽으면서 더치스 카페에 대한 스토리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사장님은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시고 커피 공부 후 카페를 내셨다고 한다) 흥미로웠지만 잡지들이 손님들이 더 보고 싶어할 만한 주제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실 사진 전문지등은 왠만하면 소수에 의해 읽히는 주제라서 다수의 고객들은 각별한 관심으로 들여다 보지 않으므로.
비슷한 맥락에서 카페에는 여러 책들도 구비되어 있었는데 대중적 공감대가 약한 주제들이었다.
(카페 비치라기 보다는 사장님의 개인 서가의 의미라면 타당성이 있다)
이런 요소들의 사소한 배려가 손님들을(적어도 나 같은) 감동시키는 센스가 아닐까.



더치커피가 나왔다.
다른 카페들과 달리 큼지막한 와인잔 가득 채워진.
한모금 마셨는데, 왓~ 정말 맛있다.
전체적 실내 분위기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는데 더치커피의 맛은 내 마음을 급반전시켜 완전 반하게 했다.
사장님만의 레시피라고 하는데 내가 먹어본 더치커피들 중 손에 꼽게 맛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적 Blue Bottle Coffee를 마시며 너무 맛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더치스 카페 것은 그보다 더 마일드하고 깔끔한 맛있는 맛. 더 세밀한 표현은 어렵고.
더치커피에 자부심을 가지실만 하다.

다른 핸드드립 커피도 이렇게 맛있으려나?
어쨌든 굉장히 만족스러운 풍미다.
다른 요소들(인테리어 등)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인들에게 맛있는 커피집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 몽글몽글.
카페에서 그 무엇보다 정말 커피 맛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공간과 공존

근처 교회나 주민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될 크기로는 애매하고, 혼자 독서하며 사색에 필요한 '정서적 한 사람 몫의 공간'으로도 아쉽다. 즉, 시선으로부터의 사적인 자유로움을 누리기에는 공간에 공존하고 있는 존재(사장님 또는 다른 손님)가 신경 쓰일 만큼 테이블 간 거리가 가깝고 구조가 애매하다는 것.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할까? by 톨스토이)

방문하기 전에는 이곳에 오래 있으면서 오랜만에 사색도 하고 글도 쓰고 싶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공간이 주는 정서상, 오래 있지는 못할 분위기라서 한 시간 남짓 후 카페를 나섰다.

그 시간 따라 손님이 나 뿐이었는데 완전 좁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어정쩡한 공간의 크기 때문일까? 괜시리 사장님과 어색한 친밀함과 거리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혼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사장님과 조잘조잘 수다 분위기도 아닌^^


더치스 카페 사장님

사장님은 친절하고 정중하셨다. 충분한 스토리를 가진 분으로서 그것을 조금 더 적극으로 손님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커피에 대해 여쭈어 보면 묻는 것에 거의 단답형으로만 이야기하셨다.
이는 친해지기 전에는 고객의 성향을 모르므로 적당한 거리를 우선 유지하고자 하는 사장님의 배려일 수도 있다.

고객의 성향에 따라서.....
말을 먼저 걸어주는 붙임성 있는 직원을 선호하기도, 서빙 이외에는 원할 때만 오는 직원을 선호하기도 한다.

내가 워낙 카페 주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혼자 온 손님이 더치 커피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봤을 때 자기 경험을 살려서 조금 더 신나게 이야기 해주셨더라면, 잡지 기사대로 '정말 커피가 좋아 멋진 도전을 하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더 잘 와닿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심하게 말이 많은 직원은 당연 기피한다.

카페 + 바의 느낌을 가져가시려고 와인 오퍼링은 준비중이며 시작하면 알려준다고 말씀하셨는데, 지난 2월 초에 와인 라인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후 한 번 더 방문할 기회가 되었다.
이번에는 낮에 방문.



이번 방문에서도 자리한 위치나 공간의 크기에서 참 애매한 포지션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맥락이 취약한  장식들은 두 번째 방문에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교회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어 교회 행사가 있을 시에는 교회 손님들이 단체로 이곳에서 많이 모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역시 비좁았다. 카페 바를 추구했더라면 이 동네의 지리적 특성상 교회 근처보다는 좀 더 트렌디한 곳에 위치해야 하는 게 맞다. 아예 교회 모임을 호스팅할 것을 염두에 두었었더라면 크기가 훨씬 컸어야 한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곳을 최선으로 선택한 오너의 결정은 존중하는데 고객 입장에서 입지가 더 좋은 곳에 잘 꾸며 자리한 카페였으면 하는 바람과 아쉬움의 토로이며, 여건을 좋게 하려면 예산이 한없이 높아지는 것이 현실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날 방문했을 때는 교회 팀 인원이 들어오는 바람에 나와 일행은 작은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사장님께서는 죄송하다며 쿠키를 하나 갖다 주시긴 했지만, 이미 난 이곳 쿠키에 대해 그리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았기 때문에 ^^;



두 번째 방문에서는 메뉴판에만 보이고 쇼케이스 되어 있지 않은 디저트류도 시켜 보는 모험을 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마셨던 더치스 커피 외에 핸드드립커피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2)에 도전해봤다.

드립커피 역시 다른 핸드드립 카페와 견주었을 때 빠지지 않는 괜찮은 맛이다.
그런데 베버의 법칙이랄까? 지난 번 마셨던 더치커피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던지라 그에 비해서 핸드드립은 조금 아쉬웠다.
핸드드립의 아쉬움은 절대로 더치스 카페 탓이 아니며 베버 탓임.

그리고 치즈케익.
추천해주셔서 먹은 치즈케익이었는데, 적당히 녹아 있는 것이 생명인 치즈케익은 나온 뒤 조금 기다렸다가 먹었음에도 부드럽게 녹아있지 않았고 전혀 고급스러운 맛도 아니었다. 디저트 부분에서는 조금 더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

마무리 한 마디,
더치커피의 감동으로 다른 불만 요소들은 왠만큼 눈감아지는 곳이 바로! 청담동 외진 곳에 있는 더치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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