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서 성대 앞에 핸드드립 커피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봤다.
뚜레쥬르 오른쪽 골목에 들어서면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창가 쪽에서 바라본 공간.
요즘 카페들의 추세인 딱딱한 자리와는 달리 매우 푹신한 안락함을 머금고 있는 의자.
몸을 털썩 묻고 커피와 더불어 나른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 없이 좋다.
성대 앞을 자주 가고 푹신한 자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러빈에 한 번 가보라고 귀띔해줬는데 최근에 갔다 왔다고 한다.
메뉴.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주문.
커피가 만들어져 나오는 곳.
바 뒷편의 커피 도구들.
# 이하 내용은 나와 지인(2006년 대학로에서 카페를 열고 2년간 운영했던 인물)이
카페 운영 경험과 고객 입장에서 자주 가거나 한 번의 방문으로 그쳤던 여러 카페들을 예로 들어서,
<만약 내가 러빈을 운영한다면.....>이라는 운영자 입장을 가정했을 때의 의견이다 #
◆ 일부러 다시 찾아가고 싶은 커피 가게와
아쉽게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가게에 관한 이야기
* 흡인력을 지니고 있는 가게
러빈이 현재의 전반적 운영 상황(단골 비율과 충성도, 테이블 회전율 등)과 매출에 충분한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면 지금의 운영 패턴을 유지하면 된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개성과 전문성 차원의 발전적 꿈이 있고 러빈을 그들 나름의 색깔과 흡입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관련 검색어로 찾았을 때 여러 블로그에서 거론되기도 해서 일부러 찾아가 보고 싶게 만드는 유명한 가게들처럼 일구고 싶다면 러빈만의 고유한 결정타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 러빈의 오픈일은 2009년 5월 중순이고 8개월이 지난 1월 20일 현재, 다음, 네이트, 네이버에서는 러빈을 방문한 소비자가 쓴 글이나 러빈을 거론한 웹문서가 검색되지 않는다.
이런 검색 결과는, 블로그 등 인터넷 매체에 거론되는 것이 반드시 인지도와 운영 성과의 절대적 척도는 아니지만, 요즘 세상이 돌아가고 흘러가는 방식과 사람들이 소통하는 양식을 고려하면 지금의 러빈에는 사람들에게 어필될만한 무언가 '꺼리'가 아직은 없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 그들만의 결정타를 보유한 유명한 커피 가게들 사례 |
핸드드립 커피나 잎차 전문 가게의 경쟁력이라고할 수 있는 결정타를 구성하는 요소는 많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주요 요소는 이렇다.
맛 / 음악 / 금연 / 공간 인테리어와 디자인 /
운영의 콘셉트와 주제의식 / 지리적 특성 / 운영자의 마인드(응대, 위생 등)
자리 잡은 이들 가게들이 보유하고 있는 결정타는,
'이것이 우리의 결정타'라고 작정하고 휘둘렀고 - 이를 본 관중들도 타격 순간 넘어 가겠다는 것을 직감할 만큼 - 장외로 크게 날려 홈런이 된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결정타라는 의도 없이 운영자 개인의 취향과 식견을 공간에 충실하게 반영한 결과물이 운(운도 능력이 있을 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게도 소비자들의 취향, 트렌드, 지리적 여건이 부응해주면서 홈런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 카페 운영자의 딜레마
핸드드립 커피, 잎차, 홍차 등 전문 음료를 취급하는 가게의 운영자들이 종종 직면하게 되는 현실적 딜레마의 대표적 사안은 음악과 금연이다.
(맛에 관한 영역은 주관적 성격이 강한 부분이라서 보통은 운영자들이 딜레마로 느끼지 않는다.)
- 음악
주력 유동인구를 고려한 대중성을 생각할 것인가, 해당 공간의 정체성과 색깔을 고려한 선곡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우선할 것인가?
- 금연
핸드드립 커피나 잎차 가게는 섬세한 향미가 중요한 공간인데, 안락한 흡연을 위해서 카페를 찾는 여성들이 많은 현실에서, 이를 개의치 않고 금연으로 전문성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
(특히, 주인이 비흡연자인데 경제활동을 위해 홉연 공간에서 매일 지내야 한다면 정말 안타깝고 속이 상하는 일이다)
이 두 사안은 영업장의 매출과 직결되는 현실적 문제이므로 한낱 객이 이래라 저래라 거론할 입장이 아니긴 하다.
* 음악 선곡
러빈을 첫 번째 방문했을 때 비트가 중심이 되는 댄스 가요 분위기의 음악이 나오고 있었는데, 음악 선곡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 간격을 두고 두 번 더 방문했다.
두 번째 갔을 때는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인디밴드 정도의 음악, 세 번째 방문 때는 90년대~2000년대 히트 가요 중심으로 선곡되고 있었다.
성대 앞 학생들을 주력 고객으로 타겟해서 운영한다면 이런 선곡이 전혀 무리가 없다.
(물론 20대 학생들은 최신가요만 듣는다는 건방진 단정은 아니다.)
그렇지만 단지 자신이 자주 다니는 동선에 있기 때문에 그냥 빈번히 들르는 소비자들이 아닌,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소문이나 추천으로 핸드드립 커피와 그 공간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마시는 자발성을 지닌 소비자들은 나름의 각별한 문화적 선별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카페를 처음 찾아갔을 때는 커피의 맛은 물론이고 그곳의 ①인테리어 컨셉트와 디자인 ②흘러나오는 음악의 내용 ③직원의 응대 모습 등을 통해서 그 공간의 색깔(or 정체성 or 내공)을 판단하고 개인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은연중의 평가 과정을 거친 후에 다음에 다시 방문할만한 곳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속성(문화적 소비 메커니즘이랄까)을 지니고 있음을 고려하면, 핸드드립이라는 캐주얼하지 않은 커피 공간에는 캐주얼하지 않은 음악 컨셉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카페에서 음악의 선곡은,
의도적으로 only 클래식 혹은 only 재즈 등의 극단적 선곡 컨셉을 잡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영자의 음악적 취향이 선곡 레퍼토리로 고스란히 반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내 생각의 취지는 한 장르의 음악만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어떤 정서나 느낌이 비슷한 음악들로, 일관성 있고 맥락이 비슷한 선곡이 되면 좋겠다는 뜻이다.
성대 근처를 자주 가는 나와 지인이 커피 공간을 찾을 때, 가까운 데에 있는 러빈보다 성대 정문에서 유림회관 쪽으로 더 올라가 먼 곳에 있는 '새바람이 오는 그늘'에 자주 가는 이유(그 가게가 나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든 유인원誘引原)를 비중으로 나타내 보면 이렇다.
맛 : 20%
분위기 : 35%
음악 : 45%
맛의 비중이 20%라고 해서 이곳 음료의 맛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20%라는 뜻은 아니며, 이곳이 우리에게 어필하는 오감적, 육감적 요소들 중에서 음악 요소가 가장 높게 우리에게 호감을 주었다는 뜻이다.
* 카페의 음악과 음질 |
리뷰를 마치며.....
간판에서부터 <커피 볶는 집>을 표방하고 있는 핸드드립 커피 가게로서의 러빈이 음악 장르와 흡연정책의 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부분에서 결정타를 개발해서 소비자들이 일부러 찾아오고 싶은 흡인력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러빈이 날려주는 결정타를 맞고 패전 투수가 되고 싶다.
| |
리뷰어 |
달따냥 |
상 호 |
러빈 |
주 소 |
서울 종로구 명륜동 |
전 화 |
02-744-8399 |
위 치 |
성균관 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오른쪽 라인 50m 뚜레주르 2층 |
기 타 |
- |
웹공간 |
- |
서비스 내용 |
에티오피아 (5,000원) |
방문 시기 |
2009년 9월, 10월 |
공간 디자인 |
★★★★★★☆☆☆☆ (샵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의 완성도와 전문성과 체계성) |
공간 친밀도 |
★★★★★★★☆☆☆ (샵 공간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안정감과 친밀함) |
공간 청결도 |
★★★★★★★☆☆☆ (샵 공간·인테리어·비품의 정리 정돈 및 위생 상태) |
직원 친절도 |
★★★★★★★★★☆ (샵 직원들의 친절 정도) |
직원 전문도 |
★★★★★★★★☆☆ (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직원의 숙지, 전문성) |
식기 위생도 |
★★★★★★★★☆☆ (샵 직원의 위생 상태, 식기 도구들의 청결 및 소독 상태) |
음식 만족도 |
★★★★★★★★☆☆ (가격이 고려된, 주문한 음식과 용기의 미각적, 시각적 만족도) |
칭찬 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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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의 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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