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찻집 카페 도채비도 반한 찻집
커플이나 혼자 책 읽기 좋은 카페
메뉴 : 녹차 우전 세작 잎차 대추차
다른 잎차 찻집 : 다경향실, 차라리, 지대방, 지유명차, 와유재
인사동에 지난 11월 1일에 문을 연 새내기 찻집.
다행히도 이곳은 간판에 전통이라는 쌈마이 저렴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이 자리는 예전 수희재라는 오랜 역사의 찻집이 있던 자리.
매우 넓은 공간은 아닌데 준복층식 구조로 공간을 꾸몄다.
인사동이라는 이유로 전통을 억지로 구겨 넣은 인테리어 디자인이 아니라서, 집기와 장식에 사용된 전통의 비율을 굳이 수치로 쓰면 현대적 요소 60% 전통적(?)요소가 40% 정도인데, 인사동의 어느 전통찻집보다도 세련된 전통미가 담겨 있다. 공간을 디자인 한 사람의 마음은 모르겠으나 절제미 또는 미니멀리즘을 기반했기 때문에 이런 세련된 느낌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하회탈, 엽전, 청사초롱, 기와문양 이따위 너덜너덜한 전통들을 잔뜩 매달고 붙여 놓은 인사동의 전통찻집들과는 격이 다른 공간디자인이다.
좌식 공간과 일반 공간 사이에 손바느질한 비치는 천감으로 구분했을 뿐인데 고객들의 시선 차단과 프라이버시 효과와 디자인 역할을 한다.
창 쪽으로 앉아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단을 높게 했다.
저 안쪽은 시선에서 자유로운 막다르고 프라이빗한 공간이기 때문에 커플이나 독서하기 위해 혼자 머무는 사람이 있기 좋다. (이 공간의 아쉬운 부분은 총평에서 거론)
찻집이고 간판에 TEA HOUSE라고 적혀 있는 것을 고려하면 대용차 위주에 잎차는 녹차 한 종류인 것이 의외이다.
홍차, 보이차, 오룡차 등 다른 잎차도 장착해야 전문성 있는 찻집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텐데, 메뉴에서는 다른 전통찻집들과는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세작 주문.
먹을거리, 다식(?)
창가 자리는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펄펄 끓는 물을 바로 다관에 투입해서 갖다주는 전통찻집을 종종 경험했던 터라서 혹시나 해서 물 따로 달라고 요청.
보온병의 용량이 부족하고 뚜껑 방식이 불편함.
우려낸 세작.
찻값으로 만원을 냈고 직원은 앞뒤/위아래 뒤죽박죽 없이 정리된 상태의 천원권 4장을 주셨다.
(사진 : 도채비 직원 지문 묻어 있는 원본임)
낮은 권종으로 내려갈수록 소홀히 하는 사람 심리의 속성상, 그나마 가지런한 정렬의 호사를 누릴 확률이 높은 권종은 오만원권이다.
무작위로 주고 받아서 가게 금고에 넣어 놓은 천원권 4장이 이렇게 정렬된 상태로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
확률이 앞/뒤 경우의 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반대'와 '뒤반대'까지 있음을 고려하면 4장이 무작위 상태로 모두 앞으로 나란히 상태로 놓여질 확률은 지폐 1장이 만드는 경우의 수가 4(앞정방향/앞역방향/뒤정방향/뒤역방향)이므로 256(4x4x4x4)분의 1이다.
즉 이런 상태로 고객에게 거스름돈을 내준 것은 우연의 일치이기는 매우 힘들며
[의도적으로 정렬]해놓았거나 [금고에서 꺼내서 건내줄 때 정렬]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너가 보여주는 고객에 대한 보통 이상의 각별한 예의갖춤이며 배려의 마음이다.
개업한지 딱 30일이 지난 '도채비도 반한 찻집'이 1년 후 2년 후에도 가지런한 거스름을 주는 그 마음이 변함 없기를.
* 잎차 전문 찻집 관련 글
겉옷을 말끔하게 갈아 입은 인사동 잎찻집 / 지대방
25년째 인사동을 지켜오고 있는 잎차 전문 찻집 / 다경향실
조계사 앞 인사동권에 새로 문을 연 잎차 전문 찻집 / 와유재
인사동 메인 거리에 엊그제 새로 문을 연 '전통찻집' 아닌 그냥 '찻집' / 차라리(茶羅里)
잎차, 보이차의 대중화를 시도하는 차전문 카페 / 지유명차Cafe 광화문점
도채비도 반한 찻집 총평
응대
거스름돈에 대해서 침소봉대한 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진정성 있는 인사와 응대
공간 디자인
앞에서 말한 대로 매우 훌륭함
음향
창가 내실(?) 같은 구석에 앉으면 밖에서 들리는 음악이 옆 집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구석에는 전달되지 않는다.
프라이빗하고 아늑한 느낌을 얻는 대신 음향에서는 소외된 이웃이다.
창가 안쪽 천장에도 스피커 하나 붙여 주면 좋겠다.
고객 공간
찻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위치한 테이블에 노트북이 놓여져 있고 직원들이 앉아서 검색을 하거나 쉬고 있다.
(맨 위에서 두 번째 사진)
그곳에 앉거나 물건을 두는 것은 주인 마음이긴 하지만 고객이 가득 차거나 비어 있거나 상관 없이 고객용으로 할당한 테이블을 직원들이나 소지품들이 점유하고 있는 것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불분명한 인상을 고객에게 준다. 이건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사복을 테이블 옆 벽에 걸어 놓은 것과 같은 의미이다.
주방 구조가 직원의 상주 공간이 좁아서 고객 영역을 잠시 침범(?)한 것을 이해는 하지만 가급적 영역 구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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