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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볼 음료/커피

한남동에 숨어있는 이토록 '놀라운' 다방 :: 원더커피

by 맛볼 2013.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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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커피 쪽 일을 시작하고, 카페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말이죠. 여전히 다른 카페에 가면 커피는 마시지 않습니다(그곳의 커피 맛을 보기 위해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 말이지요). 가게에서 많이 마시기도 하고 괜히 그 집 커피 맛에 대해 ‘평가질’하게 되는 저를 발견하기 때문이지요. 커피 맛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떠들다가 함께 간 지인들의 목소리가 작아지면 아차! 싶어서 입을 다뭅니다.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겠네요.

아! 바뀐 점 말이죠? 맞아요.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손님으로 입장해도 직원의 입장이 되어 그곳 가게 문을 나섭니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던 이들에 대해서도 지금은 직원의 고충, 노력, 섬세함이 베어있는 걸 느낍니다. 물론 방문한 가게의 아쉬운 점이나 개선할 점들이 금방 눈에 들어오기도 하지요. 어찌 되었건 이제는 편히 쉬고 이야기 나누러 들어간 카페에서 온전하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보게 된다는 것,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아쉽고도 피곤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방문한 원더커피에서도 그러한 몹쓸(?) 병이 도졌네요.



개인적으로는 한남동 방문이 거의 최초인지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원더커피 방문 이외에도 많은 계획을 세우고 갔었습니다. 하지만 일정에 약간의 착오가 생겨 계획에 있던 리움 미술관 방문도 못하고 다른 커피숍도 둘러보지 못한 채 유명하다던 부자피자에서 신나게 피자만 먹고 원더커피로 향했네요.



“배불러~”소리를 입이 달고 들어간 원더커피에서 가장 처음 눈에 띄는 것은, 보자마자 두 다리를 풀려버리게 할 정도로 예쁜 오렌지 빛의 라마르조꼬 머신입니다. FB80 어느새 “배불러” 소리가 “예쁘다”로 바뀌었고 이후엔 “부럽다”로 바뀌었네요.

어여쁜 기계에 홀려버린 정신과 눈길을 진정시키고 찬찬히 원더커피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처음으로 원더커피를 방문한 이 날은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치고 시간대도 저녁시간을 훌쩍 넘긴 때라 거리도 어두웠습니다. 그럼에도 테이블의 상당수는 차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바에 가려져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구석자리를 택했습니다. 이후 제가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실 때에도 적지 않은 수의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이 근방에서 벌써 입소문이 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카페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한쪽 벽에는 이렇게 조명으로 인테리어를 해 놓았네요. 중간에 있는 콘센트는 바 자리에 혼자 앉는 손님이 이용할 수 있게 해 놓았나봅니다. 실제 선을 연결하면 전기가 들어오는지는 시험해보지는 않았으나 전구에 번쩍번쩍 불이 들어와 있는 걸 봐서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네요. ^^



전체적인 조명은 이렇게 달려있네요. 갓 없이 그대로 노출된 형광등이나 (정확한 재질은 알 수 없지만)스테인리스 느낌의 파이프 등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면서도 차가운 느낌도 들게 합니다.



바의 맞은편에는 이렇게 거울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세로로만 길고 가로로는 약간 협소한 구조를 보완하기 위함이라 보여집니다.



카페 내부를 둘러보는 것은 잠시 멈추고 이제는 메뉴를 주문하려고 합니다.
이곳의 메뉴도 이렇게 철판(?)위에 적혀있습니다. 이곳 사장님이 이러한 느낌을 좋아하시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에스프레소와 아이스라떼를 주문합니다. 배는 불러도 ‘간식 배’는 따로 있는지라 티라미수도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서 직접 만든다고 하네요.

주문을 받으시는 직원분은 남성분이셨음에도 상당히 자세하고 상냥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손님과 눈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메뉴를 어필하고 응대를 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메뉴를 기다리며 찍어본 원더커피의 명함.

자리에 앉아 커피를 내리는 직원 분을 슬쩍 훔쳐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시 에스프레소는 남자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편견이고 고정관념일지 모르겠지만 퍼포먼스가 중요한 에스프레소는 힘 있는 남자가 각 잡고 내리는 것이 좀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커피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도 에스프레소 라인은 남성적이고 드립 라인은 여성적이라는 저만의 고정관념을 좀처럼 깨기 힘들더라구요.
그렇게 이것저것 쓸데없는 공상도 하고 바도 훔쳐보던 중 주문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직접 자리로 가져다주시더군요.



주문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아이스라떼의 비쥬얼.



원더커피에게선 전체적으로 굉장히 깔끔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섬세한 것 하나에서도 주인장의 성향이나 나름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빨대의 입구에 비닐을 일부러 벗겨내지 않고 가져다주었네요.

아이스라떼의 맛 역시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이스라떼를 시키면 기대하게 되는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꼬소한 맛이나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나는 묵직한 맛은 잘 느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답니다.



아이스라떼의 잔 받침이었습니다. 이곳 주인장은 정말정말 이런 재질을 사랑하시는군요. ^^


 


함께 갔던 지인은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데미타스 잔에도 원더커피의 로고가 박혀있었습니다.



잔 받침에는 작은 별도 박혀있네요. 모두 제작·주문한 것이겠지요?

이곳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탄산수를 제공해주네요. 음료를 마시기 전, 혹은 마시는 중간 중간 탄산수를 마셔주면서 입안을 리프레쉬하라는 목적으로 준 것 같습니다. 가끔 레몬슬라이스가 나오는 카페처럼 말이지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탄산수가 담겨있던 컵에서 물비린내가 났다는 점입니다.
예전 같으면 미간이 구겨지고 직원에게 이야기해 컵을 바꿨을 텐데 지금은 그냥 물을 마시지 않거나 참을 만 하다면 그냥 넘기고 계속 그 컵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것이 제가 방문한 카페에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설거지’하는 입장에서 작은 변명을 해보자면,
정말정말 이러한 물비린내에 신경을 쓰고 예민하게 굴려고 해도 컵의 회전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거나 날씨가 저의 마음을 몰라줄 때(?)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하더군요. 재정적 여유가 된다면 물컵 전용 식기세척기를 가져다놓고 바짝 건조까지 시켜서 손님 테이블에 나가고 싶지만 영세한 개인카페에서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요즘같이 기온이 높고 습한 날에는 꼭꼭 끓는 물로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한 뒤 테이블에 내려고 합니다.

원더커피의 경우 어쩌면 제가 받은 물 잔만 그랬을 수 있었겠지요. 이해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청결한 인상을 주었던 곳이고 더운 여름도 아닌 상황이라 아쉬운 건 사실이었답니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청결하고 매끄러운 인상을 주었던 원더커피였습니다.

요즘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이렇게 스틱형 가루설탕을 주더군요. 아니면 한쪽에 빨대와 함께 비치해 놓거나요. 개인적으로는 흰 설탕을 작고 귀여운 도자기에 담아주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위생적인 문제, 재사용될 가능성, 스틱이 주는 편리함 등등 때문에 점점 바뀌는 추세인 것 같아요. 그래도 무언가 직원의 손길이 한 번 더 간 것이 좋은데 저렇게 덜렁 스틱설탕을 받으면 무언가 아쉽고 너무 빨리 변화하는 대세(?)에 제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아이고... 괜히 저의 촌스러운 취향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럽네요. ^^;;

사실 에스프레소는 저의 주문이 아닌 함께 원더커피를 방문해준 지인의 것이었습니다. 슬쩍 맛을 보았는데 라마르조꼬로 내렸다고 해서 어마어마하게 맛이 뛰어나다거나 차별성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의 혓바닥이 그렇게 섬세하지 않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긴 하지만요. ^^;

사견이지만 커피의 맛은 기계나 기구에 의한 영향보다는 원두의 상태나 내리는 사람에 의해 가장 크게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리는 사람의 성격, 평소 좋아하는 맛, 그날의 컨디션, 스타일 등이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이 에스프레소를 내려주셨던 직원분은 살짝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마감을 준비해야한다는 약간의 조급함과 드디어 집에 간다는 설레임이 뒤섞여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부드러웠던 티라미수입니다. 커피와 먹기에 적당하며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이 기분을 좋게 해주었습니다. 평소에 먹게 되는 단단한 티라미수와는 달리 폭신폭신하고 크리미한 느낌이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신경써서 만든 음식을 맛본 듯한 기분 좋은 디저트였습니다.



카페노동자가 발견한 소소한 것 하나.
항상 손잡이 없는 쟁반만 사용해왔던 저로서는 이러한 손잡이 달린 쟁반이 부럽기도 하고 얼마나 편리할지 그 실효성에 대해 궁금증도 생깁니다.

한손으로 쟁반을 받혀 어께 밑 정도까지 올린 뒤 서빙하는 것도 멋있기는 하지만 일이 너무 바쁘거나 그날 커피를 내리시는 분이 유독 커피를 꽉꽉 눌러(?) 담아주셨거나 선택된 잔의 폭이 너무 넓어 안정적으로 잔 안에 든 음료를 잡아주지 못할 경우에는 불안불안해하며 서빙을 하기도 했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손잡이 달린 쟁반에 눈길이 가버렸답니다. 어떤 쟁반이 더 좋을지는 직접 써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음료도 어느 정도 마시고 다시 카페 안을 둘러봅니다.



머신 안쪽은 이렇게 생겼군요.
슬쩍 훔쳐 본 바 안도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었습니다. 일 하시는 분이 엄청나게 신경을 쓰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가게 전체에서도 풍기는 인상이었구요. 자리에 앉아서도 맘만 먹으면 바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반 정도 개방된 구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리정돈에 아주 철저한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 맨 왼쪽 아래에 있는 것은 하리오 드리퍼 같은데 메뉴에는 드립이 없네요. 아마도 직원분들이 한번 씩 내려 드시거나 혹은 앞으로 시행할 계획이 있거나 해서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원두 팩 뒤에 슬쩍 숨어있는 세스코 마크입니다. GG



앗! 바로 머리 위에 CCTV가 있네요.
제가 앉았던 자리가 사각지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일기는 쓰지 못하겠네요...b



오렌지 빛 머신 옆에는 이렇게 일회용 잔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컵 홀더에도 저렇게 원더커피의 마크가 인쇄되어있네요.

걱정이 되는 것은 컵의 안쪽 면에 인쇄된 컵 홀더의 잉크가 조금이라도 묻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카페가 바쁘거나 테이크아웃 주문의 특징상 더 빨리 음료를 준비해 드려야 하는 점들 때문에 저렇게 홀더를 미리 끼워놓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어짜피 뜨거운 커피가 일회용 잔에 들어가면 컵 안쪽의 코팅된 것도 그 온도에 영향을 받아 녹거나 혹은 어떠한 화학적 변화를 가져올 텐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하지만 그래도 원더커피를 방문하는 손님들 중 몇몇은 저렇게 진하게 인쇄된 홀더가 컵 안쪽에 꾹꾹 닿아있는 것을 보고 찜찜함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염료가 100% 식물성 콩잉크가 아니라면 말이지요.



가게 안쪽의 벽면에는 이렇게 벽화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선반에는 저처럼 무릎 시린 자들을 위한(?) 담요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원더커피를 어느 정도 눈에 담고 이제 슬슬 자리를 뜨려고 일어나던 중 이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바닥!
마치 예전에 다니던 학교의 복도 바닥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느낀 원더커피의 인테리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각을 맞춰 정돈은 잘 되어있고 운영하시는 분의 손길이 구석구석 가 있지만 한편으론 직선적이고 조금은 딱딱하며 차갑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 이곳은 왠지 남성분이 운영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여름에 방문하면 시원하고 쾌적하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았지만 제가 방문했던 겨울에는 춥고 딱딱한 느낌이 더 컸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남성적이고 직선적인 가게 전체 느낌을 보완해 줄 바닥재 변화가 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원더커피에서 주로 사용하는 차가운 철제의 소재들, 전체적으로 직선적이고 각이 잡힌 분위기, 세로로 긴 가게 구조 등에서 오는 느낌들을 바닥제가 나무나 카펫처럼 따뜻한 소재 혹은 차가운 소재라도 톤의 변화를 통한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방문한 때의 원더커피에서 찾을 수 있는 따뜻함은 아쉽게도 라마르조꼬의 오렌지 빛 뿐이었습니다.



주문했던 아이스라떼를 다 마시지 못하고 너무 많이 남긴 탓에 아까운 마음이 들어 테이크아웃 잔을 부탁드렸습니다. 일회용 잔, 티슈, 빨대 등이 훅훅 줄어드는 것을 보면 소심한 저는 마음이 아린데 원더커피 직원 분은 기꺼이 담아주시더군요.



테이크아웃 잔도 역시나 빨대 끝 비닐을 잊지 않으셨습니다(비닐을 빨대 끝이 뚫고 나온 것은 마감 시간 다 되어서 민폐 끼치고 나온 저 때문에 마음이 급하셨던 직원분의 귀여운 실수 ^^;;).



첫 번째 원더커피 방문을 마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다시 한 번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주문해보았습니다.
마끼아또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탄산수를 함께 내어주셨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컵 비린내도 나지 않고 좋았습니다.



마끼아또 우유거품입니다. 마끼아또의 맛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튀는 맛이 없이 좋았습니다. 탄산수 한 모금 마끼아또 한 모금 즐기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일에 바쁘다보면 다른 카페에 방문할 여유를 잊을 때도 있는데 이때 만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손님 놀이’를 하며 한가롭게 시간을 죽였네요. ㅎ



이번엔 원더커피 화장실을 방문해보았습니다. 조명이 조금 어두운 감이 있었지만 가게 내부처럼 화장실 역시 깔끔했습니다. 화장실의 넓이가 그다지 넓은 것이 아니라 아늑함이나 여성손님들이 기대하는 파우더룸 기능 등은 할 수 없었지만 본연의 기능을 군더더기 없이 갖추고 있는 곳이었답니다.



화장실에 갖춰져 있었던 물품들도 모두 한 가지 재질로 통일되어있었습니다. 화장실의 벽을 일부러 그렇게 처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드러난 시멘트 벽의 느낌과 이러한 재질들은 이곳을 다시 한 번 차가운 공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따뜻한 조명이나 꽃 한 송이 등의 소품을 이용하면 원더커피가 갖고 있는 깔끔한 분위기 이상으로 더해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며 전체적인 균형도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원더커피 두 번째 방문 때 커피를 마시면서 발견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앉아있는 동안 무언가 무의식중에 계속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무얼까 주변을 관찰해보니 손님들이 앉았다 일어나는 과정에 여기저기서 계속해서 심한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번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바닥과 의자다리 사이의 마찰음이 상당히 심하다는 사실이 귀에 들어온 것이지요.

이곳에 방문한 손님들은 일부러 세게 앉지도, 소리를 내려 체중을 싣고 끌지 않아도 그 소음은 적은 편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원더커피 내부도 약간 소리가 울리는 공간이라 이러한 날카로운 소음은 어딘가로 흡수되지 못하고 단단한 시멘트벽에 충돌되면서 더 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의자다리 밑에 쿠션이 될 만한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원더커피에 방문해보았습니다.

일부분만을 한 번 보고 전체를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리뷰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4개월 동안 세 번 방문을 하기로 계획했었습니다.

이번에는 푹푹 찌는 초여름날 들려보았습니다. 5월임에도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였고 원더커피는 손님들로 가득했습니다. 바 앞에 서서 주문을 하려고 보니 지난  두 번의 방문 때마다 계시던 직원분은 보이질 않고 다른 분이 계셨습니다. 저의 무딘 촉으로는 원더커피의 사장님처럼 보였습니다. 핸드드립을 하고 계시길래 “여기 핸드드립도 하나요?”라고 슬쩍 물었지만 “좋은 원두가 들어와 맛 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핸드드립은 하지 않고 있다.”라는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원더커피에서 하는 핸드드립도 맛보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자리에 앉으려 내부를 둘러보니 4인용 테이블만 남아있었습니다. 머뭇거리다가 눈치를 보며 슬쩍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테이블이 비더라구요(손님을 쫓는 존재 흑흑).
잘 관찰하니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 지역구 주민(?)처럼 보이는 분들이었습니다.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에는 커피가 아닌 메뉴를 주문해보았습니다. 신맛 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날은 목구멍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산이 그리워 주문을 했습니다. 제조과정을 몰래 훔쳐보니 생레몬을 직접 짜서 만드시더라구요.



“저어드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받아 든 레모네이드는 시원하고 혀를 약간 따끔거리게 했습니다. 단맛이 적어서 마음에 쏙 들었네요. 먹는 도중에 입에 무언가 걸려 꺼내보니 씨가 나와서 약간 당황은 했지만 ‘생레몬’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얌전히 뱉어 티슈에 꼭꼭 숨겨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울 같았던 그 잔 받침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깜빡하신 것인지 원래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시 원더커피 화장실을 들어가보았는데요. 
잉????????


그사이 달라진 것이 생겼네요.



이 사진은 첫 번째 두 번째 원더커피를 방문할 당시 화장실 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남자화장실에 대한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남자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용했던 화장실 칸이 여성 전용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남자화장실 문이 맞은편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남자화장실은 없지? 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네요.
문에 붙은 안내판을 보고서야 남자화장실이 카페 밖에 위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자신과는 무관한 것에 한없이 무심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안내판 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자리로 돌아와 남은 음료를 마시며 이것저것 끄적이고 있을 무렵 몇몇 손님들이 일어나 나가기 시작했고 아쉽게도 여전히 의자와 바닥 사이의 마찰음은 심했습니다. 거기다 보통의 문에 비해 무게가 좀 있는 화장실 문은 닫히면서 큰 소리를 냈고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간격이 그다지 넓지 못한 이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 소리까지 더해지다 보니 다시 한 번 원더커피가 약간은 시끄러운 공간이었구나 하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소리를 흡수하지 못하고 울리게 만드는 실내구조 또한 한 몫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겨울에는 추운 인상을 주었던 공간이 여름이 되고 테라스로 향하는 윈도우를 모두 열어놓으니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겨울 방문 때에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여름 방문이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포근한 느낌보다는 약간은 차갑고 시원하며 남성적인 느낌을 많이 주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원더커피를 떠올리면 동시에 에스프레소 싱글이 떠오릅니다. 이 공간이 가지는 느낌과 가장 비슷한 느낌의 커피가 아닐까 합니다. 더군다나 원더커피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라마르조꼬와도 잘 매치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더커피 총평

원더커피는 분명 매력있는 공간임에 틀림없습니다. 구석구석 주인장의 손길과 신경이 닿아있다는 느낌도 충분히 주며 주변의 유명한 맛집으로 인해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직원 분들의 퍼포먼스도 좋고 손님을 응대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며 손님 응대가 없을 때, 약간 한가할 때도 흐트러지는 모습 없이 각을 잡고 계신 것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저 역시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나름 카페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원더커피를 방문하고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몸에 베인 관성적인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었으며 그들이 갖고 있는 군더더기 없음과 깔끔함은 충분히 배울 점이라 느꼈답니다.

원더커피는 근래 다녀보았던 카페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카페공간에 속합니다. 다만 이곳이 갖고 있는 (에스프레소적) 남성다움, 시원함, 깔끔함, 명확함과 같은 장점들을 죽이지 않는 선에서의 보완은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음이라 던지 공간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미국 10대들이 열광할 법한 캘리포니아 느낌의 록밴드 음악 등은 많이 아쉬운 점이었답니다. 또한 원더커피가 갖고 있는 약간은 추운 이미지가 여름을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시점에,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이 리뷰가 올라가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더 방문해보겠다고 꾹 다짐합니다.

* 원더커피 근처에 있는 카페
날지 못하는 펭귄에게 날개가 남아있는 이유 :: 글래머러스 펭권


리뷰어: 빨간돌고래

상호: 원더커피 WONDER COFFEE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9-18 / 전화 02-793-5521

위치: 6호선 한강진역 1번출구로 나와 직진, 아우디 매장 나오면 골목을 끼고 돈다. 부자피자 바라보고 오른쪽 골목에 위치

기타: 영업시간 (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 토,일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웹공간: facebook.com/wondercoffee07

서비스 내용: 에스프레소(4천원), 에스프레소 마끼아또(4500원) 레모네이드(6000원) 티라미수(7000원)

방문 시기: 2013년 2월~2013년 5월 3회

공간 디자인 ★★★★★★★★☆☆
- 갖고 있는 공간 구석구석을 잘 활용한 느낌.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었고 주인장이 하나하나 신경을 쓴 것이 확 느껴짐.
- 전체적인 안락함이나 포근함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공간 친밀도★★★★★★☆☆☆☆
- 옆 테이블의 대화가 너무나 잘 들림. 듣지 않으려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음.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많이 가까운 느낌.
- 천정에 달린 CCTV는 고객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개인적인 글을 쓰거나 몰래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난다거나 하는 등의 일은 할 수 없을 듯.

공간 청결도 ★★★★★★★★★☆
- 화장실 거울의 얼룩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벽.

직원 친절도 ★★★★★★★★★☆
- 남자 직원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친절하고 섬세하게 손님을 케어함 (여자 손님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었음).

제반 위생도 ★★★★★★★★☆☆

음식 만족도
★★★★★★★★☆☆

음향/선곡
- 볼륨이 그다지 크지 않았음에도 공간에 울리는 느낌을 많이 줌.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예민한 사람이라면 머리가 아플 정도.
- 원더커피 이미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선곡. 아주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수준의 선곡.

칭찬 멘트
원더커피가 갖고 있는 ‘가오 잡음’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장점입니다.
멋집니다.

건의 멘트
따스함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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