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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볼 음료/커피

야생 루왁커피 100%를 추출한 그 한 잔

by 맛볼 2013. 10. 6.



야생 루왁 생두를 득템한 지인 덕분에 처음 맛 본 루왁커피.
야생인데다 블렌딩 아닌 100% 루왁이라서 한잔 시가는 너끈히 최소 7만원 이상.

추출 전에 분쇄한 나무통을 탁탁 쳐서 냄새를 먼저 보여주셨는데...
살이 단 갈치를 아주 잘 구워냈을 때의 살짝한 비린 내음이 곁든 고소함.



추출한 루왁커피의 향기는,
2리터 주전자에 동서보리차 티백 2포를 넣어 불을 올렸는데 거품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화들짝 뚜껑 열었을 때 확 풍기는 그 냄새.

비루왁 커피 군群이 왠만하면 사이좋게 나누어 갖는 공통된 풍미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는 루왁.
반대로 말하면 루왁에서만 느낀 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풍미를 다른 원두들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
(루왁이라는 사전 정보가 감각에 영향을 미쳐서 뇌가 새로운 무언가를 느끼도록 장려해서 나타난 가상의 풍미일 수도 있겠지만)
머리에 쥐 나서 더 자세한 묘사는 포기.

예고 받은 후 일주일 기다림 끝에 만난 루왁커피였는데, 맛보다 먼저 심리적 인상이 강하게 뇌리를 장악하고 있어서인지,
그 다음으로 케냐 더블에이를 마시고 맡으면서도 자꾸만 '음...이것도 루왁이 분명한데...'라는 환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내 생애 첫 루왁커피.



아직 남아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려고 5천원어치 쯤 남은 상태에서 계속 바라만 본 루왁커피의 까치밥.

누구나 힘들 때 그곳에 숨어 들어가 자아를 누이고 추스릴 수 있는 마음의 까치밥이라는 게 있는데,
그것은 자기만의 유서가 깃든 음악이거나, 책이거나, 장소이거나, 영화이거나, 냄새이거나, 사람이거나, 물건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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