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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볼 문화·예술

0.1%가 아닌 1,000명 중 1명 자연빈도로 표현하기 :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책

by 맛볼 2014. 3. 9.


<서점에서 발견한 책> 시리즈

01.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02.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 장영준, 오승연
03.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 게르트 기거렌처



교보문고에서 발견한, 호기심 당기는 제목의 책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 게르트 기거렌처 / 살림출판사 / 2013.09.30

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숫자와 통계의 허와 실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수학적 관점에서 써내려간 책.
숫자와 계산에 약한 사람은 읽다가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단점이랄까.
소설처럼 휘리릭 읽어 넘길 생각은 버리고, 이 책만을 파고들지 않는 멀티 독서 방법으로 쉬운 책들과 병행해서 읽으면서 작정하고 천천히 한 달 이상에 걸쳐서 완독할 필요가 있으며, 완독 후에는...숨 쉴때마다, 삶 속 온통 도처에서 도사리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 죽고나서도 벗어날 수 없는 숫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읽기 어려운 만큼 얻는 것도 많은 책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비용과 이득에 서로 다른 표기법이 쓰였다. 이 의사들이 환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서술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잠재적 비용(유방암 위험의 증가)은 절대 위험도로 서술된 반면 잠재적 이득(직장암 위험의 감소)은 비교 위험도로 서술되었다. 비용은 적고 이득은 커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다.
만일 이 의사들이 이득과 비용을 모두 비교 위험도로 보고했다면 유방암의 '약간의 증가'는 10퍼센트라고 표시했어야만 한다. 게다가 비용은 '할 수 있다'로 기술한 반면 이득은 그것이 '입증되었다'고 기술했다. 이런 단어와 표기법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이 의사들은 두 표기법의 함축을 비교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무능력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p.278

 

계산맹 상태인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하는 사람 또는 기관은 일반적으로 치료의 이득을 비교 위험도 감소로 발표한다. (…) 비교 위험도에 따른 용어로 이득을 표기하는 행위는 종종 조직론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학 연구비 지원서를 심사하는 의료 당국이 계산맹 상태에 빠져 있으므로, 지원자들은 좀 더 인상적으로 보이는 비교 위험도 감소로 보고해야 한다는 강박을 종종 느낀다.  p.84

“왜 위험 소통을 투명하게 할 수 없는 것일까? (…) 한 가지 답변은 계산맹 상태가 악용될 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수를 불투명하게 다뤄도 무방하다는 것이 ‘탈계산맹’들이 지닌 이점이다. (…) 계산맹인 사람이 확연히 줄어들지 않는 한 투명한 위험 소통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p.272

 



확실성에 대한 환상은 정치적ㆍ경제적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선전될 수 있다. 소해면상뇌증(BSE, 일명 광우병)이 영국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프랑스ㆍ스위스에서 유행하자 독일 정부는 독일이 BSE 청정 지역임을 선포했다. 영국의 소고기는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고, 소비자들은 정육점에서 독일산 소고기를 찾았다. “독일 소고기는 안전합니다.” 이 주장은 독일 농민연맹 회장, 농무부 장관 그리고 다른 부서 장관들에 의해 반복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단지 소망이 반영된 문구였다. 2000년 독일에서 BSE 검사를 시행하여 광우병이 발견되자, 대중들은 이를 아주 놀라운 일로 받아들였다. 장관들에게는 사퇴 압력이 가해졌고 소고기 가격은 폭락했으며, 다른 나라들은 독일 소고기에 대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독일 정부는 독일 소가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환상이 너무 강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p.25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 널리 처방되는 프라바스타틴을 투여하자 사망 위험이 22퍼센트 감소했다. 이는 오늘 미국 심장의학회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기념비적 결과로서 발표될 것이다.” 프라바스타틴의 효과는 다른 의학적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비교 위험도 감소(relative risk reduction)’의 형태로 보도되고는 한다. 그러면 ‘22퍼센트’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이 말을 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프라바스타틴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1000명 중 220명 정도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참이 아니다. (…) 비교 위험도 대신 쓸 수 있는 다른 생각 도구로는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해당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의 숫자로 이득을 나타내는 방식이 있다. 이 생각 도구를 사용하면 111명의 사람이 5년 동안 이 약을 먹을 경우 1명만 이득을 보고 110명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프라바스타틴은 페니실린이나 다른 항생제처럼 그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았다. p.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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