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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볼 음료/커피

[신촌 카페] 그들만의 가격과 핸드드립커피 운영방식을 눈여겨 볼만한 개인카페 / 닥터빈스

by 맛볼 201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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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의 가치 척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도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하향이라고 견해하는 건 스스로가 고상한 문화 수준이라 자인하는, 되지 못하고 조악한 마이너적 마니아 의식의 발로일 것이 분명하며, 근거 없고 어이 없는 선민의식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2002년 월드컵 이후부터 신촌 바닥을 보고 느껴 오고 있는 그 분위기와 추세를 감히 우하향의 모습이라고 정의함)


직선 거리 300m 이웃 홍대권과는 대비되게 몰개성적으로 - TV 늬우스의 위생의료 관련 자료화면에서 가끔씩 나오는 한 방울 떨어뜨린 세균이 시간이 가면서 배지 전체를 잠식하는 모습처럼 - 술집에 고깃집에 가세한 자본 점포들의 장악률이 높아지고 있는 신촌 거리의 우하향.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득세하고 있는 틈바구니 속에서, 비프랜차이즈 카페가 보인다 싶으면, 소품틱하거나 디저트틱하거나 캐주얼한 면면의 카페들이거나, 눈길을 조금 끈다 싶으면 유명한 개인카페 브랜드를 끌어다 쓴 프랜차이즈 개인카페 정도가 눈에 띈다.



신촌역 2번출구로 나와 홍익문고 지나 올리브영 2층에 있는 닥터빈스의 간판을 4년 이상 목격하며 지나치기만 했다.
길 건너에서 조금 더 본 게 있다면 2층 이만한 넓이의 통유리까지.

익숙보편한 어휘를 사용한 닥터빈스라는 브랜딩에서, 왠지 이디야적 인테리어와 그에 부합하는 메뉴구성의 신생 중저가 프랜차이즈 카페이거나 개인이 프랜차이즈 분위기로 꾸민 10평 남짓한 카페겠거니 한정하고, 2층에 올라가 문 밖에서 기웃해볼 호기심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핸드드립 커피점이 거의 전멸 수준에 이른 신촌에서, 알만한 사람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닥터빈스는 어쩌다보니 본의 아니게 거의 독존중이다.



고만고만하겠거니 이곳(문 연지 5년)을 지나쳐간 나날들의 칠할은 나의 선입견적 단정 탓이고, 삼할은 그 브랜딩의 덕.

닥터빈스에 대해서 카르니안님으로부터 사전에 들은 정보가 있었지만 들은 시점에서 반년이 지난 탓인지 이름 외에는 세부 기억들이 거의 휘발해 버린 상태에서 이곳을 찾았다.



첫 발견 4년만에 계단을 밟고 2층에 올랐다.



입구에서 흡연자들로부터의 수익은 포기함을 안내하는 메시지.
필사적 구름과자 뻐끔이들은 이 문을 열기 전에 배제되시겠다.



유리를 밀고 들어서서 눈에 들어온 공간에서는, 수년의 선입견을 톡 건드려 무너뜨리는, 동화책을 펼쳤는데 순간이동으로 별천지로 바뀌는 그런 심정.

1층 올리브영의 건평 넓이와 깊이 만큼이 닥터빈스의 점유 영역.



카운터 뒤 칠판에 적혀 있는 메뉴의 커피 베리에이션과 기타음료은 5~6천원선.
핸드드립 커피 메뉴란에는 원산지만 적혀 있고 세부 원두 종류와 가격은 보이지 않았다. 책자형 메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핸드드립 커피는 어떻게 고르냐고 주문처 직원에게 물었더니 "1만원부터 2만원까지 원두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이전까지 들어본 적 없는 완전 생경한 모양새의 답변을 해주셨다.

5초 남짓 당황 시간 속에서 어떤 시스템인지 이곳 제도를 파악했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할 경우에는, 산지별 종류별 등급별로 메뉴가 다양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카운터에서 상의(내지는 상담)을 통해서 커피 종류와 마실 가격대를 결정하고 돈을 치르는 방식. 커피 쥐뿔인 나는 1만원 레베루 주문.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으면 - 사전정보로 습득했으나 망각했을 것이 분명한 - 닥터빈스만의 커피 제공방식을 체험하게 된다.



직원이 세팅해서 탁자에 갖다 주면 이곳의 오너께서 자리에 오셔서 가벼운 담소와 함께 눈 앞에서 커피를 내려주시는 방식.

오너께서 이 제도 도입후 수 없이 겪으셨을, 첫 방문자가 내놓는, 특별한 제도에 대한 전형적 반응 보임을 나는 충실히 수행했다.
주문 방식에서 1차로 생경, 커피 제공 방식에서 2차로 특별함을 선사해주는 닥터빈스에, 당연한 리액션을 애써 감출 필요는 없다.

탁자 한 쪽에 앉아 커피를 내려주시면서, '신촌 별다방 콩다방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차별화된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살 길이며 대척점은 아니더라도 응당한 차별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오너 말씀을 들었다.



추출된 커피는 아로마와 플레이버를 모아주기 위해서(추출해주신 분의 말씀) 좁고 깊은 잔에 담아 제공.



향기 중심의 잎차인 오룡차, 철관음을 마실 때 향이 퍼지지 않게 맡고 오래 가두기 위해서 문향배를 사용하기도 한다.



커피를 다 마신 후에 부록으로 더치 커피 제공.
더치 잔은 내경 약 3.5cm 높이 10cm.




 닥터빈스 총평


- 주문 방식
핸드드립 커피 메뉴를 초이스하려면 가독할 수 있는 세부 메뉴가 없는 상태로 카운터 직원에게서 구두로 주문방식, 원두 종류, 가격대 설명 듣고 선택하는 방식.

닥터빈스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백치한 상태로 입장해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은,
① 읽는 메뉴 없이 직원의 발언에 의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제한된 상품정보 제공 환경
② 다짜고자 10,000원부터 20,000원까지로 읊어져 귀에 들어오는 가격대
이 2가지가 본의 아니게 담고 있는 폐쇄성과 배타성의 정서에 급당황하고 불유쾌함이 곁들여질 확률이 최소 칠할이다.

의도했거나 아니거나 간에 이 방식은 핸드드립을 마시는 첫 방문자들에게 심리적 장벽을 높이는 역할이 충분하다.

핸드드립 커피의 난해하지 않은 문턱 지향을 훈민정음 반포 취지에 비유한다면,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담아서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것을 딱히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깨우쳐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닥터빈스가 핸드드립 가격의 수준과 글자(메뉴) 없이 말로 제시하고 주문 받는 시스템은, 권위의 상징으로써 한자 위주의 법률 용어를 유지하는 법조계에 비유할만해서, 소비자들에게 커피의 높은 난이도를 정책하고 있다는 느낌.


- 커피 제공 방식
앞서 언급한대로 고객의 눈 앞에 자신이 마실 커피의 핸드드립 도구를 제시해주고 추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커스터미이징된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정책은, 고객이 앞서 주문방식과 10,000원부터~에서 당황했던 감정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1~2만원대 핸드드립커피이지만 이런 문화 콘텐츠가 병행됨으로서 가격에 대한 거북살을 스스로 마음달랠 수 있고, 카페 는 가격에 합리적 정당성을 충분히 부여할 수 있다.

친밀감 속에서 커피를 내려주시던 오너께서는 (특히 젋은) 고객들이 자신의 괴팍한(?) 모습에서 거부감 내지는 불유쾌함을 보는 경우가 있(많)다고 하셨다.

흔히들 그렇게 표현하는 [색깔과 내보여지는 개성 강하고, 자신만의 노선이 분명한, 그래서 대면하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할 수 있는] 전형인데 보편적 정서를 넘지 않는 한 누가 재단할 노릇은 아니다.

이날 방문에서는, 살아가는 내내 그것에 관한 성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이 자신을 타자들에게 표현하는 방법론의 고민]을 오랜만에 환기시켜준 계기도 있었다.
→ 댜양한 타자들이 지닌 보편적 감성과 양식의 바운더리를 배려하면서 나를 타자에게 십분 반영할 수 있는 격(格)과 묘(妙).

(신촌에서 대한민국에서) 수천 점포 이상의 프랜차이즈나 개인 핸드드립 카페들과 대거리하고 개별성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주문 방식과 가격이 혁신적 차별 가치임은 분명하지만, 시스템의 무게 중심이 고객이 아닌 카페측에 쏠려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런 방식을 제시하니까 땡기는 알아먹는 우호적인 사람만 오시길 권장하는, 선민의 고객 선별에 상당함.

(생각은 하지만 or 생각까지만 하고) 아무런 시도도 자기성도 부재한 채로 대략 존재감 없이 돌아가고(생겨나고) 있는(사라지는) 개인카페들에 비하면, 닥터빈스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함은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높다.

1만원 코케 마셔봤으니 내일은 대학로 카페 느릿느릿에 가서 4천원 예가체프를 마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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