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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볼 음료/커피

[연남동 카페] 커피 맛 뿐만 아니라 사이즈까지 진정한 뉴요커 스타일 – 유어로스팅파크

by 맛볼 2013. 1. 12.

연남동 카페 골목 - 유어로스팅파크 리뷰 / 홍대 카페 연남동 카페 거리 - 유어로스팅파크
유어로스팅파크 - 직화 로스팅 아메리카노 / 유어로스팅파크 - 바리스타, 프라이버시 인테리어 디자인



Hot Black's Note 

#1. YOUR ROASTING PARK (URP)

감기든 뭐든 나의 짧은 투병이 끝났다는 신호가 바로 커피가 땡기는 날입니다. 흰 눈이 수북하게 덮어놓은 간밤을 약으로 잠으로 흐물흐물 지냈다가 병이 좀 가신 듯하여,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합니다. 기운을 좀 얻으려고 먹을 게 뭐 없나 찾다가 녹은 눈 같이 희멀건 죽을 보니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그리워서 연남동의 별미, 기사식당에서 한 끼 뚝딱, 그리고 마시는 첫 커피.
URP 카푸치노.




URP 밝은 조명이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같죠?

첫 커피로 URP를 찾은 이유가 맛이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하게 시뻘건 도장 때문이라고 말해야겠습니다. UPR은 5천원 이상 구매하면 쿠폰대신 영수증에 빨간 도장을 찍어주는데, 다음에 가져가면 500원을 깎아줍니다. 커피를 물보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중독자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집착이잖아요.

아, 또 하나의 이유는 22oz(623g)의 커피 사이즈입니다. 스타벅스 venti(20oz 591g)보다 더 커요!
매장에서 컵으로 마시나 가져가나 큰 사이즈 한가지. 길쭉하게 얼굴만한 이 사이즈 때문에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까지. 컵 가득 찰랑찰랑 커피를 채워주면 이 또한 한국인의 넘치는 정으로 괜히 마음이 포근해져요. "이렇게 많이 주는데 아무리 공짜라도 누가 리필해서 먹겠어!"라고 말하는 친구 앞에서 리필해서 마신 장본인이 바로 나!



돈 있으면 카푸치노, 돈 없으면 아메리카노에 저렇게 우유만 넣어서 먹기도 해요.

커피 맛은 맛없다 맛있다 단정짓기엔 어렵습니다. 싸서 맛있는 곳이 있고, 비싼 것치고는 맛없는 곳이 있잖아요.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URP 커피 맛은 "마실 때는 부드럽고 넘어갈 때는 조금 쓰다고 할까? 제 느낌으로는 탄 맛 때문에 더 쓰게 느껴지는 듯해요.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 건 보통커피 맛은 진하면서 쓰고, 연하면서 부드럽고 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 집 커피 맛은 부드럽다가 쓰니까 마치 통화하다가 갑자기 끊긴 전화 같아서, 마시자 마자 이 커피는 맛이 어떻다고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제가 조금 당황했습니다. 커피 사준다고 낚여서 온 친구에게 쓰지 않아? 탄 맛이 안나? 물어봐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니, 블랙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촌스러운 이 몸은 스스로 샷업!

보통 매장에 유기농 설탕이나 갈색설탕, 꿀 등이 있으면 무한 별점을 주는 게 또 접니다. 커피는 좋은 놈으로 고르고 골라 정성들여 내려놓고.... 커피집들이여, 왜 타먹는 우유나 설탕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한국인들은 정말 모두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만 좋아하는 것이란 말입니까? 이곳도 그냥 시럽과 막대 흰 설탕뿐이더군요. 그래서 별점을 빼려고 할 때, 진열대에 오미자차와 더치커피를 병에 담아 큼지막하게 유통기한을 표기해놓고 팔더라고요. 이러면 또 장인정신이 느껴져서 마음이 약해지잖아요.



빨간 포인트 칼라와 어울리는 크고 작은 조명들이 설레고 들뜨게 하지요?

커피숍은 또 예뻐야 해요. 커피숍을 예쁘게 꾸미는 사장님이라면 그 감각과 고집이 커피에도 녹아 있지 않을까요? URP는 제 눈에 아담한 호텔로비 같은 분위기입니다.

보통 집 근처나 개인 커피숍은 친근함을 장점으로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해서 '밥 값 같은 커피 값내고 인터넷을 하면서 하루종일 버티겠다.'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점이 있지요.

그러나 이 곳은 널찍한 장소와 구조, 3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개별적이면서도 탁 트였고,
자유롭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아 동네커피숍에서 볼 수 없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자랑합니다

구석에서 공부할 수도 있고, 창 밖을 보는 바도 있고, 여럿이 실컷 떠들어도 되는 단체 자리도 있고.

 


↑ 서재 같이 구성된 벽장 옆에서 공부에 집중하는 손님, 밖을 바라보는 바, 여러 명을 위한 단체석이 보이죠?

처음 URP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문 밖에서 반짝이는 백곰 때문에 서로 말이 트이고, 웃으면서 들어서게 됩니다. 로고에 새겨진 유니콘이 그렇고, 매장 안에 있는 커다란 유피와 알피라는 말 인형을 보자니 마치 회전목마가 있는 작은 공원을 동네에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허리쯤까지 오는 말을 타고 놀아도 된다고 하지만 이걸 타고 놀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사먹지, 커피를 사먹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힐끗 보다가 살짝 걸터 앉아보긴 했어요. 역시 사람은 평생 철들지 않아요. 공원이든 호텔로비든 누군가 우리집 근처에 갑자기 놀러 왔을 때, '거기서 기다려' 장소로 자랑 삼아도 좋을 곳.

남자 사장님과 남자 바리스타들만 있는 곳이라고는 믿기 어렵게 시린 무릎을 덮는 담요, 무료 리필 등 깨알 같은 배려와 감각들로 이 곳이 더 돋보이는 건 노처녀의 사견입니다. 구석에 놓인 기타와 교회 오빠 같은 바리스타들이 있고, 이곳은 홍대 근처니까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특히 멜랑꼴리한 저녁이나 그러고 싶은 이성과 있을 때는 좋은 듯합니다.



대빵 큰 22oz 아메리카노 리필 제발 좀 하세욧!
교회오빠틱한 바리스타는 내가 좀 꼬셔봐야겠다.


재미있는 알림사항을 읽다가 웃고, 누구든 연주하라고 있는 기타를 보고 설레고 여자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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