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스테이트 타워 웨스틴조선호텔 운영 레스토랑 카페 그로브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맞은 편, 남산 아랫자락에 있는 SK 스테이트 타워 1층 로비의 그로브라운지.
국내에 아직은 3대 밖에 없다는 에스프레소 머신 엘렉트라 벨 에포크를 구경하러 갔던.
아메리카노와 얼그레이 홍차 주문했습니다.
아메리카노 나오고 7,7000원
얼그레이 8,800원.
한 잔 먼저 따른 후에...
몇 모금 홀짝거리다가...
홍차가 포트에 얼마나 담겨져 있는지도 궁금하고,
(직원이 몇 분 후 꺼내라 설명은 안했지만)
혹시 인퓨저나 티백이 들어 있다면 꺼내야 하니까 홍차가 담긴 주전자 속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그런데 뚜껑 밖으로 인퓨저 손잡이나 티백 실 보이는 게 없길래,
당연히! 상식적으로! 바에서 적당 시간을 우린 후 차엽이 분리된 액체만 담긴 상태를 가져온 것이라는 판단으로 뚜껑을 열었는데,
이런~ 티백인데... 포트 밖으로 발 걸친 실 한 올 없이 고즈넉히 잠수하고 있었습니다.
손잡이를 잘라내 풍덩 시킨 티백 → 단물 쓴물 떫은물 다 빼고 포트 밖으로 나오라는 그로브라운지의 명령일까요?
실 끝에 달려 있는 라벨도 없으니 이게 어디 표 홍차인지도 몰라서 직원에 문의한 얼그레이의 브랜드는 다질리언 Darjeelian.
손잡이를 절단 낸 이유가 포트의 미관 때문인지 그 속사정은 귀신과 그로브라운지 음료 담당자 밖에는 모르지만,
티백이 실마리(?) 없이 주전자 속에 잠수 타고 있는 덕분에, 뚜껑 열어 확인하지 않았다면, 10분 20분 천천히 차를 마시는 동안 3잔 분량의 홍차 잎은 온갖 떫은 물질 다 밷어내며 계속 우러났을 겁니다.. 다행히도 5분 남짓 만에 익사 직전의 티백 긴급 구조.
녹차, 보이차, 오룡차 등 다른 잎차들과 달리 대부분의 보급형 홍차는 침출 적정시간이 넘어가면 순식간에 떪은 천국이 됩니다.
※ 여기서 대부분의 보급형이라 함은 쇠깡통(틴케이스?)에 담긴 웨스턴스타일의 홍차들(딜마, 위타드, 웨지우드 등 알만한 브랜드들) 거의 대부분을 말하며, 최고급 라인이 아닌 이상 세련된 포장과 달리 홍차엽은 팔할 이상에 파쇄된 홍차잎이 담겨 있습니다.
위 대부분의 보급형에서 제외되는 소수의, 침출 권장 시간보다 더 많이 우려도 떫거나 쓴 맛이 없거나 덜한, 일부 홍차는 삼청동 인사동의 홍차 전문 찻집 밀밀홍에서 취급하는 최고급 비파쇄(이면서 입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서 가공한) 잎홍차류인데 쇠깡통 홍차들보다 4~5배 높은 가격대입니다.
잎이 온전한 중국 홍차 vs. 파쇄잎 영국 홍차 비교
영국식 쇠깡통 홍차들 중 가장 고급 라인이, 손으로 따서 만든 중국식 홍차들의 중급보다 못한 품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상급에 속하는 수제 홍차류 (전홍, 기문, 정산소종, 금준미 등) : 1g 1,000~1,500원
상급에 속하는 틴케이스 홍차류(다질리언, 웨지우드, 위타드 등) : 1g 250~300원
중국식과 영국식 홍차의 원재료의 가격 차이를 살펴봤지만 이 글의 주목적은 그로브라운지가 취급하는 홍차의 품질 비교가 아니라,
고객에게 홍차를 서빙하는 기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5분 지난 후에 잔에 따른 과추출된 얼그레이.
서빙된 후에 바로 따른 잔과는 색상에도 차이가 납니다.
그로브라운지는 왜...
홍차를 맛있게 우려내도록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조절해야 하는) 기본 도구를 거세해서 내보내는 행동을 했을까요?
실이 거세된 홍차 티백은 표준 매뉴얼에 가까운 [최적화된 홍차 맛을 위한 침출 방식]을 고려치 않고 고객이 맛있는 차를 마실 권리를 본의 아니게 몰수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포트 밖으로 실이 나와 있으면 고객은 시간 경과 후 습관적으로 티백을 꺼내기라도 할텐데, 실이 보이지 않으면 꺼낼 생각은 커녕 '당연히 내부에 잎이 없겠거니' 관심 자체를 갖지 않기가 쉽습니다.
실을 절단해 내놓는 정책이니 포트 속의 티백을 몇 분 후에 꺼내라는 직원의 안내 또한 당연히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곳의 음료 책임자가 홍차에 관한 소양이 전무한 상태이거나,
그로브라운지의 음료 파트 차원에서 홍차류에 대한 매뉴얼이 근원 부재인 상태이거나.
아니, 혹시라도...방문했던 이날만, 직원이 실수로 실을 절단해서 갖다 준 것일 수도 있으니, 평가에 최대한의 신중을 기울이려는 의미에서 내년에 다시 방문해 얼그레이를 주문해 본 후에 그로브라운지의 홍차 서빙에 확신을 갖기로 했습니다.
내년 방문에도 실 끊긴 티백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반 년 후를 기약했습니다.
내년에 실 달린 티백과 만나면 이 글을 쓸 수 없으니까요.
얼그레이와 코코넛 라떼 주문.
6개월 이후에 다시 방문해서 주문한 얼그레이도 역시 티백의 필수 요소인 실이 절단되어 포트에 담겨 있었습니다.
첫 방문에서는 티백 실이 싹퉁 끊긴 이유를 물어 볼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그로브라운지 직원: (문의 받은 후에 바에 가서 전달하고 답변을 듣고 와서) 네, 실이 밖으로 나 있으면 포트 기울여 따를 때 출구에 걸리적거리고 미관에 안 좋아 실을 자르고 넣었습니다. 바에서 충분히 우려졌으니까 따라서 드세요.(의 취지)
그로브라운지에서는 티백 홍차의 실이 존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봅니다.
스타벅스의 녹차.
티백에 달린 실은 거추장스럽고 미관에 안좋은 애물단지가 아니며 있어야 할만한 이유로 거기 붙어 있는 유용한 존재.
2014년 봄 상암동 DMC의 카페 플레이버 Flavor
5,000원에 얼그레이를 제공하는 플레이버 주인장은 테이블에 갖다주신 후 "2분 후에 망을 꺼내고 드세요"라고 안내.
한 잔 8,800원짜리 얼그레이의 티백을 내는 수준이 이 모양인 조선호텔 운영 그로브라운지.
5천원대 홍차를 마셨다면 6개월이 지나도록 뇌리에 두고, 이렇게 침 튀기며 당황스러운 홍차세팅을 얘기할 만한 뒤끝 작렬의 동력이 없었을 겁니다.
홍차 한 잔이 8,800원이면 고객은 그만한 디테일이 담긴 세팅과 맛을 제공 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시중보다 많이 비싼 요식업소들은 시설+응대+맛 3박자가 동시패션으로 모두 맞아야만 '그래도 돈 값은 한다'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최고급'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금액에서 이미 '우리는 고품격의 맛과 서비스를 고객께 제공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운영 주체가 웨스틴조선호텔씩이나 되는, 끕되는 레스토랑의 메뉴는, 특정 부문에서만 완성도가 높아서는 안되며, 식사, 디저트, 음료 모든 부문에서 두루두루 90점을 넘는 레베루와 디테일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로브라운지에서 판매하는 8,800원 얼그레이에 빨간 색연필로 홍차 원재료 60점, 세팅/서빙완성도 50점을 매깁니다.
☞ 예정: 그로브라운지에서의 당황스러운 2탄으로 설탕그룻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글
명동 그로브라운지 아메리카노 체험기
2013 서울카페쇼의 홍차연합회 부스 Tea Bar.
홍차를 우리면서 모래시계를 곁에 두고 침출시간을 지키는 직원.
잎차(녹차, 청차, 흑차 홍차)를 배워서 그냥 학습한 만큼만 아는 게 아닌, 차에 대한 뛰어난 감과 안목으로 잎차를 다루고 있는 지인은 자신의 카페에서 고객에게 홍차를 내줄 때 모래시계도 갖다주면서 "물 부으시고 이거 모래 다 떨어지면 바로 디퓨저 건져내세요" 라고 명확하게 안내합니다.
그로브라운지에 다른 훌륭한 점들도 많은데, 홍차세팅의 기본이 취약한 부분만 작정하고 꼬투리 잡아서 물고 늘어지는 건 아니며, 시세보다 아주 많은 지불을 제시하는 가게는 같은 과실에도 가중 지적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비싼 집들 중에는 기본과 실제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인테리어 형식 비주얼 글발 말발 복장)에 더 치중하는 곳이 많습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원천적 자각을 못해서 방치되어 내보여지는 취약요소가,
(군더더기한 스타일링을 걷어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그곳의 실제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것에 신경 쓰는 세심한 배려 요소를 고객 그들의 오감과 마음은 다 헤아리고 감동하며,
반대로, 고객이 미처 설마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스리슬쩍 넘어가는
서비스·품질·위생관념 + 응대의 표정과 언어와 말투와 제스처 + 알리는 문장의 표현과 단어와 토씨하나에 스며 있는 → 개념취약 or 무개념 요소들을,
쌩돈 지출하는 사람들은 땡글땡글 두 눈 부릅뜨고 다 보고 있으며 가게를 나갈 때까지 전혀 내색은 안하지만, 헐~대박 뒤집어져서 콧방귀 뀌고 다시는 뒤를 안돌아봅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일부(다수?) 경영자들은,
한 번 왔던 고객이 왜 다시 오지 않는지를,
우리 가게에 방문하는 고객의 연인원이 왜 매년 우상향이 되지 않는지를,
그 이유를 도무지 자각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거의 영구 미제 사건으로 묻힐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 깨달음·통찰의 심도와 시야는,
저마다 지닌 달란트 만큼의 몫이며, 누가 어찌해줄 도리가 없고 관여할 수도 없는, 타인 불가침인 각자의 고유한 절대 영역입니다. 미궁이기도 한.
↑ 애플 - 우리의 서명 유튜브에서 보기
우리의 서명
by APPLE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바로 제품이 주는 경험.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
삶이 더 좋아질까
존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
단 몇 개의 위대한 것을 얻기 위해
그 몇 배의 시간 동안 우리는 노력합니다.
우리의 손길이 닿은 모든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삶에 닿을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느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서명.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전부입니다.
※ 그로브 라운지는 2014년 두 번째 방문 후의 어느 날 영업 종료.
'마셔볼 음료 > 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바론 TAVALON - 홍차, 우롱차, 중국차 티포트 디퓨저 모래시계 브랜드 / 2013 서울카페쇼 (1) | 2014.07.31 |
---|---|
디드릭 로스터,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의 수입총판 :: 프리메라 커피 / 2013 서울카페쇼 (0) | 2014.07.13 |
수제아이스크림 펠앤콜의 메뉴 이름 & 그림 (지중해풍 인테리어 투톤 디자인 카페) (1) | 2014.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