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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볼 음료/커피

[대학로/혜화동 카페] 어떤날의 음악 같은 느낌을 주는 핸드드립 카페 / 느릿느릿

by 맛볼 2012.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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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대학로 핸드드립 카페 느릿느릿 - 핸드드립 커피 맛있는 곳
대학로 카페 느릿느릿 - 개인카페 인테리어 모범 사례 , 어떤날 멤버 이병우, 조동익



핸드드립 카페 느릿느릿은 혜화동상권과 성균관대앞상권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느릿느릿 10m 반경에는 봉추찜닭, 더밥(the bab), 커피집(Coffee Zip), 백기완선생의 통일문제연구소가 있다.



2011.6 문을 연 느릿느릿은 명륜동 주택가 골목의 1980년 전후에 이전에 지어진 단층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진입로 입구에서는 새바람이 오는 그늘의 빈티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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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ASTER 프로스터 원두볶음기.



말수가 많거나 목소리가 큰 고객들이 공간을 점령하지 않는다면 조용하고 차분함이 이곳의 전반적 분위기이다.



예상과는 달리 공간이 넓었으며 구조는 ㄱ자의 대칭으로 꺾어진 안쪽은 아늑한 느낌.
전반적인 선곡 분위기는, 비트로 발린 소란한 음악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차분한 음악들만도 아닌 중간적 정서로 브로콜리 너마저, 오소영,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등 요즘 포크와 인디, 그리고 발라드 팝과 90년대 발라드 가요 정서 안에서 유지되며, 2000년 이후 댄스가요나 아이돌류 음악으로 장르 폭을 넓히지는 않는다.

그런데 팝송이 끝나고 가요가 나오고 다시 다른 가수의 노래가 들리는 것을 보니, 오디오에서 CD를 틀지 않고 mp3 파일을 재생해서 고객들에게 음악을 공급하고 있는 듯.

시대와 문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발전해도 '문화공간으로서의 카페'가 가져야할 본질적 방식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와 레몬에이드 주문.



핸드드립 메뉴 케냐AA 등 고가 원두 4종(5,500~6,500원)을 제외한 10종은 균일가 4,000원.



리필은 1,000원이며 새 잔에 원하는 원두를 주문할 수 있음.
돼도 않는 아메리카노 치익~ 쭐쭐쭐 뽑아서 갖다줌이나 마시던 잔에 찌끄려 첨잔해주는 무료 리필보다는,
1,000~2,000원 지불하더라도 배려드립으로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커피값을 치르며 조심스럽게 핸드드립 4,000원에 대해서 여쭈었다.
(주인이 '쟤 뭔데 그런 걸 묻는 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 경영에 관해서 묻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방문자 : 이 가격은 요즘 시세를 거스르시는 건데요.
느릿느릿 : 제가 직접 볶으니까요.

직접 볶으면서 핸드드립 5,000~6,000원부터 시작하는 카페들이 서울에만 오만군데는 된다.

느릿느릿님의 짧은 답변에서 내가 받은 느낌에는 이런 요소들이 복합되어 있다.
- 겸허함 : 자기 결과물(인테리어, 맛, 서비스)의 가치를 가격의 높이로 반영하지 않는 그런 마음이랄까.
- 원칙과 고집 : 그렇지만 타인이 좀처럼 공감·수긍하기 힘든 자기만의 리그적이지는 않음.
- 넉넉한 집안 : 본부장까지는 아니고 와인바는 너끈히 내줄 수 있는 정도.


 느릿느릿 총평
 
('어디 감히...' 하며 어떤날 사생팬이 쫓아와서 얼굴에 손자국을 낼지도 모르는 오버 행동임을 알지만 비유하기로 했다)

느릿느릿은 '어떤날'의 음악처럼 소박하면서도 마음을 적당히 따스하게 해주는 느낌을 주는 카페였다.

누군가(무언가)를 '어떤날'에 비유한다는 것은,
비유되는 대상이나 그렇게 비유하는 사람 모두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름의 속성이 있다.
누가 이 리뷰를 본 후 그곳을 실제로 겪었을 때, 어떤날스럽지 않다고 느낀다면 둘 다 쌍욕을 들어 먹기 때문.

그리고 어떤날 비유의 함의를 아는 주인이라면,
불친절하다는 말만큼이나 '어떤날'을 닮은 카페라는 과도한(?) 찬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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