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렘피카 향수 / Thierry Mugler 티에리 뮈글러 엔젤 여자 남자 향수 EDT - 에일리언 선에센스
레이디 가가의 패션 크리에이티브로 유명한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
2010년 여름, 미국 갔다 온 친구가 "너 롤리타 렘피가 좋아하지? 이거 맡아봐~ 좋을꺼얌"하며 선물해 준, 티에리 뮈글러의 엔젤 퍼퓨밍 바디 로션(ANGEL Perfuming Body Lotion) 200ml.
퍼퓨밍이라고 적혀 있길래 내용물을 덜지 않고 뚜껑을 비틀어 열어 살짝 눌러(용기가 플라스틱) 향기만 맡아보니 롤리타 렘피카 첫 번째 향수 오드 퍼퓸과 완전 비슷.
비슷한 정서의 향기가 퍼지는 와중에 그래도 롤리타 렘피카와는 뭔가 다른 향기의 스펙트럼이 있을 것 같은데....뭔가 다른 게 나오기를 기다리며 코 벌렁거리며 눈살 찌푸리며 찾아보니 잔향의 여운에서 롤리타에 비해 절제된 우아함을, 엔젤은 갖고 있었다.
자유분방하고 다이내믹한 필체의 티에리 뮈글러 시그니처.
엔젤 시리즈의 바틀의 디자인 별은 바디 로션에서도 볼 수 있다.
앗~ 그런데 뒷면에 NOT FOR SALE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물 받은 건 좋은데 증정품을 본품처럼 어깨 힘주며 준 친구가 살짝 괘씸~
퍼퓨밍 로션 향기가 이렇다면 향수는 어떨지 구입하려고 검색해봤더니.....
국내에 티에리 뮈글러 브랜드가 들어왔다가 10년 전 쯤부터 정식 유통은 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보이고, 2009년에는 ANGEL 런칭 행사가 국내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다는 기사와 모 수입사에서 시판을 한다는 글들은 보이는데, 무슨 속사정이 있길래 2년 이상 국내에서 유통하지 않나 궁금했다.
2012년 현재 한두달 전부터 국내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므로 더 이상 멀리 있는 희귀 향수는 아니다.
다시 퍼퓨밍 로션을 선물 받았던 제작년(2010년) 이야기로 돌아와서.....
엔젤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물량이 없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며 잊고 지내던 2011년 여름 어느 날.
이게 참 운이 좋은 건지 우연인지, 모 향수 행사에 참석했다가 수 많은 향수들 중에서 내가 그렇게 갈구했던 ANGEL 오드 퍼퓸 1.5ml 샘플을 받고 엔젤 향수에 대한 궁금증 해갈 완료!
지금은 돈만 던지면 이삼일 안에 손에 들어오는 향수이지만, 당시 얻은 엔젤 1.5ml 샘플은 이벤트에서 딥티크 100ml에 당첨되었을 심정보다 기쁨이 더했다. 이건 뭐 작은 것에 기뻐하는 소박함이 결코 아니며 희귀템 소유욕망 충족에 따른 쾌감이다.
어쩌다보니 엔젤 시리즈를 본품이 아닌 NOT FOR SALE로만 겪은 비매품으로 시작한 인연이었지만, 롤리타 렘피카스러운 끈적한 관능을 담고 있으면서 롤리타의 아쉬운 요소인 절제 우아 지성의 정서까지 장착된 엔젤 향수가 주는 그 후각 쾌감은, 웨이팅 리스트 몇 년 만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만나는 물욕적 정복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무리 과도한 추측.
엔젤이 여자 향수이고 포맨 제품도 출시되어 있지만, 베이스 노트에서 미묘하게 풍기는 느낌이... 남자가 연하게 입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그래서 향수보다 부향율이 낮은 퍼퓨밍 로션은 (전신에 쭉쭉 짜내 바르기 아까워서) 외출할 때 팔목에 돌쟁이 감기 걸려 코에 꽉찬 콧물 만큼 살짝 발라주면 서너 시간 동안 은은한 엔젤이 나를 맴돈다.
롤리타 렘피카 첫 번째가 20대 중반에 최적화된 향기라면,
티에리 뮈글러 엔젤은 30대 전반에 걸친 여성에게 (흐르는 관능이 아닌) 지적인 관능을 입혀주는 향기.
예시)
지적인 관능 : 유선, 엄지원, 박선영, 크리스탈, 정애숙, 졸인 감자
쵸큼의 라이트함이 겸비된 살짜쿵 흐르는 관능 : 박은지, 강예원, 다솜, 구은애, 박시연, 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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